Book Review

에이미와 이저벨

휴남동 서점의 추천작.

 

계절은 선풍기 몇대로 버티는.. 끈적끈적한 여름.
유쾌하지 않은 강가의 텁텁한 내음이 숨쉬기 힘들게 하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의 처한 갑갑한 상황과 맞물린다.

계절이나 날씨, 주변풍경묘사가 자주 나오지만, 격렬하지 않게, 잔잔하게 사건들과 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그곳에 초대된 것처럼 분위기를 가감없이 느끼게 해 주었고, 등장인물 각각에 대해 따뜻하고 정성스런 문체로 서술한 작가의 솜씨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었던 엄마와 딸의 애증에 대해, 얼마든지 주변에서 일어남직한 사건들을 통해 담담히 풀어간다.
사랑과 애증이 공존하는 모녀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리라 생각한다.
(엄마는 딸이 자신처럼 살기 원하지 않고 통제하려 하지만, 딸은 엄마처럼 살고자 하지 않으나 그 통제에 반발한다)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세상과의 관계에 담을 쌓지만
딸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주변인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면서,
주변에는 언제나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친절함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좀 더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위로를 받으며 사는 따뜻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계속 나아갈 뿐이다. 사람들은 계속 나아간다. 수천 년 동안 그래왔다. 누군가 친절을 보이면 그것을 받아들여 최대한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어둠의 골짜기는 혼자 간직하고 나아가며,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언젠가 견딜 만해진다는 것을 안다. 도티, 베브, 이저벨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에이미는 어렸다. 무엇을 참을 수 있는지 혹은 참을 수 없는지 아직 몰랐고,이 자리에 있는 세 엄마에게 어리둥절한 아이처럼 말없이 매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