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이 소설은 한 노인의 삶의 끝자락을 조용하지만 깊게 따라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보’는 몸이 불편해지고, 치매에 걸린 아내와도 떨어져 지내며, 반려견마저 다른 곳에 보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외로움과 상실을 하나씩 겪는다. 아들이 돌봐주지만, 그 돌봄조차도 자신의 삶의 영역이 침범당하는 듯한 느낌에 힘겨워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보’는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과 서운함이 결국은 사랑의 또 다른 방식이었음을 조금씩 깨닫는다. 

 

문득 예전에 종종 엄마와 웃음꽃이 피곤 했던 소소한 과거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나 혼자만의 기억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공허함. 아쉬움이 떠올랐다.

시간이 가져가버리는 두려움이었을지도.

 

기억도, 관계도, 마음도 점점 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사라지기 전에 내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따뜻하게 남겨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