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종이 동물원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은 단순한 SF 단편집이 아니다.
처음엔 ‘유명한 재미있는 단편집’ 정도로 생각하고 바쁜 와중에 가볍게 읽고 넘어가려 했다.
그리고 단편집과 SF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내게, 읽는 내내 딱 그 정도의 감흥만을 주었다.
아니 오히려 몇개 가벼운 단편선 외에는 읽는 도중 불편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일본의 미학을 가치있게 묘사한다거나, 미국사회가 '기준'인 것처럼 도덕적으로 그려지는 장면에서는
감정적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고, 켄 리우 작가가 혹시 일본계 미국인은 아닌지 검색해 봤을 정도다.
그러나 마지막 단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은 이 책의 정점을 찍는다.
이 단편은 각국의 정치적·외교적 입장에 따라 출판되지 않거나, 검열을 거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개되었지만, 유일하게 온전한 형태로 출판된 곳은 한국과 타이완뿐이라고 한다. 그 사실이, 참 다행스럽다.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를 ‘목격’할 수 있게 된 시대.
누군가의 고통이 더 이상 “그때 그랬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집 현관 앞에서 이야기해주는 누군가의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현재형의 진실이 된다.
이 작품은 그렇게, 도덕적 거리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방식의 역사 서술을 상상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에 대해 마땅히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권력과 체제, 이익의 구조는 종종 우리로 하여금 그 과거를 외면하게 만든다.
그 침묵과 무관심을 깨뜨리기 위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