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먼저 온 미래

 

AI 시대를 다루는 책답게 시작은 꽤 흥미롭다.

바둑이라는 상징적 영역—예술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인간의 ‘정신성’을 드러내는 분야—가 AI에게 패배한 사건을 통해 “예술성·가치·인간성” 같은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장면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바둑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어져 초반 서술이 늘어지는 경향은 있다. 

 

작가가 강조하는 “기술이 가치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정작 그 중요한 명제를 뒷받침해줄 논거와 사유는 많지 않다.

정작 핵심이 되어야 할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정립되는가?” 에 대한

설명은 거의 비어 있고, 결국 “인간만이 운명의 주인이다”라는 다소 상투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9~10장에서는 논리적 비약이 두드러진다.

자동차가 부모와 자식을 떼어놓았다? 자전거가 ‘좋은 삶’의 대안일 수 있다고?

그리고 저자의 서술에 의하면 오웰의 『1984』가 아니었으면 지금은 디스토피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

이런 무리한 문장들이 장강명 작가의 것이 맞는지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다.

 

AI, 기술, 빅테크 윤리,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는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다.

그러나 후반부는 그 문제를 깊고 설득력 있게 붙잡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