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처음으로 접한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다. 

글줄이 너무 찰지고 계속 곱씹으면서 읽게 된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시대상으로 일제강점기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역사서나 역사소설과는 조금 결이 다른 게, 그 시대를 살아낸 가족의 시간을 그려낸다. 

아마 고통이나 결핍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해방 이후 동네 사람들이 주인공의 집에 난장판을 부렸다는 대목에서 보듯이, 외부시선에서 그 집안은 어느 정도 '부역에 가까운 위치'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는 그 지점을 도덕적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소설 전반에 걸쳐서 부끄럽고 창피한, 민망한 선택이나 결정, 상황에 대해서 아주 담담하게 '그랬다'고 말한다. 

부끄러움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모습이 오히려 용기있고 성숙해 보인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넘어오면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념이 왔다갔다 하는 최전선에서 

좌우 어느쪽에도 서지 못했던 사람들, 살기 위해서 선택을 하고, 또는 선택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고단하고 고통받는 삶

준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역사 속으로 떨어져 선택이 바로 생존이 되고 강요받는 비극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등장인물들과의 서사 중

오빠와의 관계에서 존경의 대상이 경멸이 되고, 연민과 실망이 동시에 밀려오는 양가적인 감정

현실에서도 자주 마주치게 되는 그 불편한 마음들

그리고 애정을 담은 응원을 하면서도 동시에 기대와 압박으로 다가와는 엄마와의 서사는

아무래도 그 기대를 수용했던 나의 기억 때문에 더 개인적으로 다가온 듯 하다. 

 

전반적으로 시대를 그려냈으면서도 너무 감정적이지 않고 직시했을 뿐인 문장들이 

너무 깊고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