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GV빌런 고태경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에서 후기가 많이 보여 도서관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읽은 《GV 빌런 고태경》.

(읽고 나서야 《급류》의 정대건 작가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같은 작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는 다르지만,, 가볍고 잘 읽히는 문체는 비슷)

 

꿈을 좇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묘하게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삶에 큰 불만은 없다.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왔는데,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별다른 불만이 없다는 이유로 한자리에 정지한 채, 하루하루를 반복하고 있는 걸까.

또는 불만을 품고 사는 것이 더 힘들어서 만족하기로 선택한 것인가.

좁은 울타리 안에서 느끼는 자신감이 과연 밖에서도 유효한지, 지금의 나를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한다.

 

“감독은 선택하는 사람.”

 

누군가는 기회 앞에서 물러났고, 누군가는 그 기회를 붙들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이 옳았던 것일까.

영화감독의 선택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인생도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은 결과론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이 소설은 꿈을 이루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다만 이루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사랑했던 것과, 그것을 사랑했던 자신까지 미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대단한 성공만이 인생의 오케이 순간은 아닐 것이다.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킵’으로 넘겼을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오래 간직해야 할 오케이 장면일지도 모른다.

 

 
 

도각도각 키보드 소리와 모니터에 보이는 복잡한 파이널 컷 프로 편집 화면. 부유하는 먼지 사이를 뚫고 프로젝터에서 쏘아지는 빛과 재생되고 있는 고태경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편집에 집중하고 있는 승호의 옆얼굴. 이 순간의 공기를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예전 같으면 소중함을 모르고 킵으로만 남겨뒀을,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확신할 수 있는 내 인생의 오케이 순간이었다.

 
 

진짜 부끄러운 건 기회 앞에서 도망치는 거야.”
고태경이 잠시 간격을 두었다가 덧붙였다.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그런 나 자신의 변화를 인지하면서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게 되다니. 내가 너무 고립되어 있었구나 싶었다.
... 내게 기회가 오지 않으면 아쉽겠지만, 시나리오를 쓰면 보여줄 사람이 생겼다.
그건 바르샤바가 내게 가져다준 변화였다. 벌어지지 않은 일을 기대하며 품게 되는 행복보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고 손에 잡히는 행복에 집중하는 것.

 
 

“누군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추구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면 사람들은 비웃습니다.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비웃거나 미워하죠. 여러분이 자기 자신에게 그런 대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냉소와 조롱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값싼 것이니까요. 저는 아직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꿈과 열망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제 영화를 상영하는 겁니다.”

박원호 교수가 말했던 선택의 프로.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나는 앞으로도 실수하고 후회하고 반복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지는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