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빵충 사육 준수 사항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기폭발, 전량 판매되었다는 입소문의 책!
초반엔 이게무슨 블랙사회풍자 소설인가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오우야~ 장르가 후덜덜하게 바뀜..
긴장감이 장난 아니라서 잠깐 내려놨다가, 결국 궁금해서 다시 집고 또 읽고.. ㅎ
넷플릭스 오리지날 느낌의 《괴물》이나 《부산행》 같은 쫄깃하고 흥미진진함.
간만에 정말 후루룩 맛있게 읽었음. 추천!!
서른 즈음 뭐라도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 이 세계에선 평생 동안 타인보다 내가 더 잘난 부분을 증명하며 살아야 한다. 어떤 것이 좋아서, 혹은 잘하고 싶어서 하는 건 시간 낭비거나, 사치거나, 등신 짓이거나 셋 중 하나다. 그러니 모두들 티 내기 바쁘다. 부모든 학교든 직장이든 배우자든 간에 뭐라도 좀 되어야 쓰레기 취급받지 않으니까. 모두가 산꼭대기 벼랑 끝에서 까치발을 들고 서 있다. - 36p
물론 성인 덩치만 한 산짐승을 눈앞에서 마주친다면 누구라도 도망치겠지만, 이상하게도 인간은 그런 짐승들조차 결국 통제 가능한 존재로 여긴다. 철창 너머에 있다는 이유로, 혹은 오랫동안 그래왔다는 이유로. 사람을 찢어발기는 곰도 귀엽게 포장된 인형이 되는 식이니까. 위험은 언제나 매뉴얼로 만들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안전한 범주에 모든 것을 가두고는 스스로 안도한다. 우리가 컨트롤하지 못할 것은 없다는 환상, 우리가 만든 것은 반드시 우리 편일 것이라는 기만, 그리고 그 모든 착각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무너지는 순간을 나는 보고 말았다. - 263p
위험성이 이미 확인되었는데도 돈 벌어서 빚 갚고 싶으면, 제대로 살고 싶으면, 그냥 모른 척하고 일하라는 그 말이 마치 자기들의 잘못은 하나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모든 부담을 믿고 따라온 사람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들렸다. 거기다 기꺼이 기회를 주겠다며 은혜라도 베푸는 듯한 태도로 선명한 위험을 나 몰라라 하는 말에서 신봉창은 도무지 인간에 대한 존엄을 찾을 수 없었다. - 287p
하지만 그 무엇도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벼랑 끝에서 발견한 나의 유일한 성공이 생존일 뿐이었다. 꿈을 꾸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지켜낸 게 아니라, 그저 숨을 쉬고 있고 심장이 박동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 고귀한 희생도, 숭고한 신념도 없으니 그저 생존만이 성공이 되는 삶. - 331p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세상이 날 괴롭힌다 이런 거? 니 논리로 따지면 암 걸리는 살인도 용서하겠다?”
“그게 무슨…”
“피해자인 척, 불쌍한 척, 억울한 척하면 니가 한 좆같은 선택들은 뭐, 갑자기 박수 받을 일이 되는 거냐고. 이 비겁한 새끼야.” - 380p
안영돈은 감히 세상이 자신에게 배신을 안겨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노력은 절대 외면받아선 안 되는 것이었다. 노력했으니까. 세상 모든 노력이 의미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아무도 자신을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갖고 싶었다. 돈과 권력이 안영돈의 삶의 중심이 되었다. 그것만이 인간다운 삶을 약속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 501p
한순간 바람, 불길, 재, 헬기의 날개가 만들어내는 기류 속에서 흔들리는 신연주의 머리카락과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모조리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잡으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샷건을? 삶을? 죽음을? 기회를? 구원을? 죗값을 치를 미래를? 그것도 아니면 속죄와 책임을? 도망치고 외면하던 삶에 대한 반성을? 끝없는 의문 속에서 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끝내, 잡았다. 처음으로 도망치지 않고 붙잡은 미래였다. - 530p
